永久氷晶

HAVEN

H.F

2022. 8. 19. comment

♬ https://youtu.be/uU7rnTG9QOA

 


Haven Fine 헤이븐 피네

적마도사, 비에라족 남성

175cm, 100살 이상 추정

 

 

외관:

새하얗다기보단 옅은 보랏빛의 은발. 어릴 적엔 갈색 빛을 좀 더 띄었으나, 점점 옅어졌다. 초보 모험가 시절에는 나름 단정하게 리본으로 묶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였는데, 1세계에 소환되었을 무렵부터 적당히 풀기 시작했다. 현재는 완전 덥수룩한 느낌. 눈은 연한 라벤더색인데, 회색이 같이 돌아 그다지 따뜻한 느낌은 아니다. 날카롭게 빠진 눈매와 거뭇한 다크서클이 인상적이다. 한 쪽 눈가에 흉터가 있으며, 가리고 다니기 위함인지 단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주로 입는 옷은 홍옥면 마술사 로브. 늘 검은 장갑을 끼고, 신발은 굽이 높은 부츠를 신는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가까운 패션. 허리춤에는 얇은 세검을, 로브 곳곳에는 회복제나 약을 담은 주머니가 있다.

 

성격:

가끔 장난삼아 섞는 존댓말을 빼면 기본적으로 반말을 쓴다. 능글맞게 웃는 면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찬 인상을 무마하기 위해 자주 웃는다. 성정이 유하고 따뜻하다. 조금 예민하나 꼼꼼하다. 우유부단하고 거절을 잘 하지 못해 무언가 많이 떠넘겨진다.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기뻐하면 만족하는 편. 자신이 도울 수 있으니 좋다고 한다. 세상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한다. 어찌보면 관조적인 사랑에 가깝다. 모험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정말로 평범하게, 어느 마을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살피고 가르쳤다. 그때는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꼈는데, 영웅이라 불린 지금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기타:

피네라는 성은 오래 전, 연인이 지어줬다.

선호하는 음식은 스튜나 스프. 간식은 롤란베리 치즈케이크나 홍차.

싫어하는 음식은 먹을 때 너무 번거로운 것들.

음주보단 흡연을 즐긴다. 고민할 때 고개를 기울인 채로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처음 만난 상대가 주는 음식은 크게 경계한다.

모닥불이나 벽난로가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우중충할 땐 커르다스의 오로라를 보러 자리를 비운다.

 


일대기:

 

모험의 시작 이전 - 비에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쌍둥이 동생과 함께 떠나왔다. 동생은 샬레이안의 현인이 되었고, 그는 초창기의 그리다니아에 머물다 그 주변에 정착했다. 그리다니아와 교류하는 목수 겸 화가로 오랜 세월을 보냈으며, 검은 머리칼의 휴런족 여성과 결혼하였다. 그러던 중 메테오 계획에 의해 길고 평범했던 안락함이 깨지고 만다. 그를 지키려던 연인은 즉사했고 난세에 혼란스러워 하다가, 자신이 종종 돌보던 라라펠족 아이 하나만 겨우 데리고 피난하였다. 카르테노 전투가 끝나고 난 직후의 기억은 제대로 나질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그 두 명에게 과거시의 능력이 생겼다. 둘은 폐허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하다가, 아이는 환술을, 그는 검술을 익히기로 결정했다.

 

신생 에오르제아 - 똑부러지게 그리다니아의 환술사가 된 아이를 독립시키고 기라바니아와 울다하 일대를 돌며 미코테족 스승을 만났다. 가르침을 받고 모험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사스타샤의 해적을 소탕하라는 임무에서부터 좌절한다.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를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벌벌 떨며 검을 휘둘렀다. 모험이라는 물살에 떠밀려 새벽의 혈맹을 만났다. 녹록치는 않았지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보람도 있었다. 어느새 영웅이라 불리게 되었다. 울다하의 축하연에 숨겨진 정치적 악의에 크게 상처를 받았고, 넝마가 된 희망의 등불을 들고 커르다스로 도망쳤다. 검을 들었는데도 주변의 누군가가 너무 쉽게 스러진다. 강해지고 싶었다.

 

창천의 이슈가르드 - 도망쳐온 눈의 도시는 용시전쟁이 한창이었다. 이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끝없이 모함하고 목숨을 난도질했다. 하지만 분명히, 등불에 기름을 보태는 따뜻한 자들이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많이 의지하였고, 그렇게 피어나는 불씨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악의와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세상은 바뀔 것이다, 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가. 바뀌긴 했다. 앞으로 나아가던 그가 바꾸었다. 등불은 다시 타올랐지만 옆에 있던 많은 동료들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더 강해져야 했다.

 

홍련의 해방자 - 빈자리를 애써 외면하며 등불만을 응시했다. 마물이 아닌 사람을 죽이는 횟수가 늘었다. 도마에 건너가 선과 악이란 대체 누가 판단하는 것인지 의문도 잠시 들었다. 그래서 그 기준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는 강해졌다. 나팔소리와 함께 홍련의 해방자이자 영웅이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슬슬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이번에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의식을 잃어갔다. 제국의 움직임은 더욱 수상해졌다. 또다시 나아가야 했다. 이 즈음, 이미 지치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칠흑의 반역자 - 빛이 범람하여 멸망 직전인 세계에서 밤을 되찾았다. 육체가 원초세계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서, 그 동료들과 함께할 세상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등불을 들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날 위기라니. 강해진 만큼 지워지는 희망의 무게가 버거웠다. 아이에게 읽어주던 동화책 속의 영웅은 밝기만 하였는데. 잔인하게 잠식해오는 하얀 빛을 토하면서도 기어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정체를 숨기고 희생하려던 수정공에게는 후에 진심으로 화를 냈던 것도 같다. 에메트셀크의 처절함도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엘리디부스의 그리움도 안타까웠다. 틈틈이 확인하던 원초세계의 상황이 나쁘지 않았어서, 새벽의 혈맹과 완전히 귀환하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형이 사라져 신이 난 윤회자 아씨엔과 흉흉한 탑들을 보기 전까지는. 난데없이 종말이라고. 이제는 진절머리가 났다.

 

효월의 종언 - 폐쇄적인 샬레이안부터, , 고대의 세계, 우주의 저편까지 걸었다. 세상을 구해냈다. 앞으로 자신이 죽기 전까지는 이만한 위협도 없을 것이다. 전쟁과 종말의 위협이 가셨으니, ‘영웅의 할일도 끝이 나기 마련이었다. 박수갈채와 환호,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어째서 그가 웃지 못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화려한 커튼콜이 끝나고, 암전된 무대를 내려오다 그대로 무너졌다. 아니, 비로소 무너졌다. 가장 환한 빛 뒤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졌고, 그는 드디어 그것을 응시했고, 압도당했다. 피투성이의 손짓과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생경하였고,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허무했다. 어째서 세상은 저 하나의 손으로 구해졌는지, 그렇게 구해진 세상은 왜 사랑했던 사람들을 돌려주지 않는 건지. 남은 것을 지키려 들면 왜 늘 앗아 가려고만 하는지. 대단원이 끝났음에도 왜 지치기만 하는지. 안식을 찾는 방법은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 또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불안함이 앞섰다. 원래도 하얗던 머리는 완연하게 새었으며 로브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밖에 나가기 어려웠다. 영웅, 그 빌어먹을 이름! 이제는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졌다. 달도 가려진 어느 캄캄한 밤에, 헤이븐 피네는 자취를 감췄다.

 


(22.08.19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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